(약 스포 있습니다)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와 비슷하다고 느낀 게임입니다.
제작진이 실제로 영향을 받았다고도 하고요.
선택과 결과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자아 성찰형 RPG입니다.
다만 자신의 선택이 정말로 큰 의미가 있는가, 이야기의 궤를 바꿀 수 있는가- 라고 한다면,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선택을 통해서 캐릭터는 변화해 나가고 새로운 생각들을 얻게 됩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와 비슷한 시스템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스템이죠)

특유의 분위기와 감성, 색채, 음악, 모든 부분에서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음악은 최고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24가지 성격들과 대화를 하는 것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동료는 김 키츠라기뿐이라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조금 썰렁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런 각기 다른 성격들의 입담이 그것을 충분히 메꿔줍니다.
혼자 다녀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도 주고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좀 있습니다.
이를테면 실질적으로 이야기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 못하는 선택과 결과 시스템이 그렇네요.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에서는 제가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텍스트 엔딩에 나오는 후일담들이 달라지죠.
POE가 선택과 결과를 잘 반영시켜주는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형사 드라마 한편을 보는 듯한 끝내주는 몰입감을 주지만,
반대로 얘기하자면 너무 드라마 같아서 이미 짜여진 이야기는 바꿀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에 들어섰을 때, 적절한 긴장감은 있으나 실질적인 위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상에 다다랐을 때 분명 납득하게 되고, 끝내주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용두사미라는 말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가 빈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이 게임은 좋았습니다.
플레이하는 내내 '이 게임이 끝나지 않았으면... 이걸 계속 즐길 수 있었으면...' 이라고 생각했던 좋은 게임이었습니다.